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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마다 싹 밀어버리라고?

기껏 정성 들여 깎아둔 프로젝트 설정 파일을 6개월마다 싹 밀어버리라니, 장난하나 싶었다.

Claude Code를 진지하게 쓰는 개발자라면 Claude.md 파일에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갈아 넣는지 안다. 프로젝트 컨벤션, 코딩 스타일, 브랜치 전략, 금기 사항까지. 이 파일 하나가 모델의 행동 지침을 좌우하니까.

그런데 Anthropic의 Boris Cherny가 공개 영상에서 “6개월마다 Claude.md와 훅, 스킬 설정을 모조리 삭제하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충격적인 권고를 던졌다.

r/ClaudeCode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힌 건 당연지사다.

“다 지워라”가 무슨 말인가

Boris Cherny는 Anthropic 내부에서 Claude Code 방향성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그가 공개 영상에서 사용자들이 작성한 Claude.md 파일과 훅, 스킬 설정을 주기적으로 초기화할 것을 권했다.

문제는 이 권고가 나온 시점이다. 마침 r/ClaudeCode에서 Opus 5의 지시사항 무시 사례가 연달아 성토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모델이 지시사항을 무시한다

현업 유저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었다. Opus 5가 스킬과 훅에 명시한 지침을 체계적으로 무시하고, PR을 날릴 때 엉뚱한 브랜치를 타겟하거나 Claude.md의 절대 규칙을 우회해 버린다는 거다.

“Anthropic 지들도 모델이 통제가 안 되니까 저딴 소리를 하는 것 같다”는 독설까지 터져 나왔다. 사용자가 요구한 작업 대신 “네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닐까?”라며 지 혼자 넘겨짚고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은 뒤, 지적하면 모호한 영어로 자기합리화만 늘어놓는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초기화가 해결책인가

Boris Cherny의 권고를 이 맥락에서 읽으면 다르게 보인다. 설정 파일이 비대해지고 오래될수록 모델이 규칙 충돌을 감당하지 못하니, 그냥 주기적으로 포맷하라는 임시방편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반응은 싸늘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책임 회피다.” 프로젝트가 성숙해지면 규칙과 예외 케이스가 쌓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걸 모델이 소화 못 하니 6개월마다 다 지우라는 건, “위장이 안 좋으니 밥을 굶으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context adherence — 보이지 않는 전쟁

문제의 본질은 컨텍스트 준수력(Context Adherence)이다. 모델이 시스템 프롬프트와 프로젝트 설정을 얼마나 충실히 따르는가.

LLM이 더 똑똑해질수록 이 문제는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 모델이 “내가 더 좋은 방법 아는데?”라고 판단하면 사용자의 명시적 지시를 씹고 다른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Opus 5가 사용자 지시를 따르는 게 아니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개발자는 모델과 끝없는 피로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정리

Boris Cherny의 권고는 Anthropic 내부에서도 컨텍스트 제어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명백한 자백이다.

설정 파일을 백지로 밀면 당장은 가볍게 돌아가겠지만, 빈 파일로 복잡한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를 굴릴 수는 없다.

사용자가 작성한 규칙을 모델이 얼마나 충실히 따를 것인가. AI 코딩 도구들이 넘어야 할 가장 거대하고도 본질적인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