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칩, 절반의 속도로 팔리던 카드 — RTX 30 시리즈 GPU 언락 프로젝트
중고 RTX 3090은 로컬 LLM 진영의 국민 카드다. 24GB VRAM, 감당할 만한 전력, 중고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가격. 두 장만 있으면 27B급 모델도 여유 있게 돌린다. 그 카드의 성능이 공짜로 30% 넘게 올라간다는 보고가 r/LocalLLM에 올라왔다. 새 카드를 사는 게 아니라, 이미 방 안에 있는 카드의 잠긴 문을 여는 방식이다.
막혀 있던 문
프로젝트 이름은 gpu-unlock. GitHub에 공개된 이 프로젝트가 노리는 건 Nvidia 소비자용 30 시리즈 카드의 FP/BF16 명령 처리 속도다. 같은 칩이 프로페셔널 카드에 들어가면 내는 성능을, 소비자 카드에서는 막아두고 팔았다는 것. RTX 3090에 들어가는 GA102가 워크스테이션 카드에도 쓰이는 칩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야기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지도 않는다. 막힌 부분을 풀어 프로 카드 등급까지 끌어올리면 25~80%의 성능 향상이 나온다가 주장한다.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Nvidia는 오래전부터 같은 칩으로 여러 시장을 나눠 먹어왔다. 지오 포스 초창기에는 바이오스나 드라이버를 손봐서 막혀 있던 셰이더를 풀고, 그걸로 상위 모델을 한 대 더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후에는 소비자용 카드의 배정밀도 연산을 의도적으로 1/32, 그다음 세대엔 1/64까지 깎았다. 채굴 붐 때는 LHR이라는 이름으로 해시레이트에 잠금장치까지 달았다. 잠금 장치가 칩에 있는 게 아니라 드라이버와 정책 쪽에 있는 셈이다.
숫자로 들어온 보고
주장만 있었다면 지나쳤을 것이다. 댓글에 실사용 보고가 붙으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RTX 3090 두 장으로 Qwen 3.8 27B를 INT8 W8A16으로 돌린다는 사용자는 프리필 속도가 30~35% 빨라졌다고 했다. 2070 Super에서는 52%의 향상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 공짜 업그레이드치고 만만치 않은 숫자다.
숫자가 프리필에 붙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LLM 추론은 두 단계로 나뉜다. 프롬프트를 한 번에 읽어들이는 프리필은 연산량이 몰리는 구간이라 연산 속도에 끌린다. 토큰을 하나씩 뱉는 디코드는 메모리 대역폭에 끌린다. 명령 처리율을 올리는 언락은 전자에만 붙는다. 그래서 긴 문서를 넣고 요약시키는 RAG 작업에서 체감이 클 것이고, 답변이 흘러나오는 속도는 예전 그대로일 것이다. 3090 사용자가 정확히 prefill이라는 단어를 골라 쓴 게 이 보고의 신뢰를 굳혀주는 부분이다.
물론 2070 Super의 52%는 이 프레임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된다. 워크로드 조건이 달랐을 수 있고, 아직 검증이 덜 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자체가 초기 단계라는 전제는 유지돼야 한다. 잠금을 여는 방식이 무엇이든 시스템 수준의 수정인 건 마찬가지고, 안정성이나 발열, 보증 문제는 각자 확인해서 넘어야 한다. 재현해볼 생각이 있다면 언락 전후로 같은 프롬프트를 놓고 토큰 처리 시간을 직접 재보는 수밖에 없다.
왜 주목할까
추천수 31의 댓글이 하나 있다. 이런 정보는 소문이 나기 전에 조용히 굴러가야 한다고, 매장이 알면 중고가가 50% 오른다고. 농담 반으로 쓴 것 같지만 반은 진심일 것이다. 카드가 좋아지는 건 공짜여도, 그 카드가 오가는 가격은 시장이 정하니까.
로컬 LLM 커뮤니티에서 이 얘기가 크게 읽히는 데는 사정이 따로 있다. 새 카드는 비싸지고 있는데 30 시리즈는 이미 생산이 끝났다. 기존 카드의 성능이 30% 더 올라온다면 중고 3090의 수명이 몇 년 늘어나고, 그 시장의 계산식 전체가 다시 쓰인다. 업그레이드를 미뤄온 사람에게는 선물이고, 팔려던 사람에게는 호재다. 같은 소식을 두고 이렇게 갈라지는 것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정리
같은 칩이 어디에 꽂히느냐에 따라 다른 성능으로 팔리던 시대의 잔재가 하나 걷힌다. 프리필 30~35%, 어떤 카드에서는 52%. 초기 프로젝트라 검증은 각자의 몫이고, 디코드 속도는 그대로다. 그래도 방 안에 굴러다니는 3090이 있다면, 이번 주에 해볼 만한 실험 하나가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