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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Git)이 무너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앤트로픽 사내에서 하루 3만 번 병합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Git은 본래 네트워크 연결이 끊긴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로컬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분산 버전 관리 도구다. 저장소 전체를 내 컴퓨터로 긁어와서 로컬에서 커밋을 쌓고, 나중에 원격 서버로 push하는 이 직관적인 철학은 지난 20년 넘게 전 세계 개발자들의 신앙이자 표준으로 군림해 왔다.

그런데 r/ClaudeCode에 Anthropic이 자사의 메인 코드 저장소에서 Git을 완전히 걷어내 버렸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성능 튜닝이나 라이선스 갈등 때문이 아니다. 순전히 에이전트가 쏟아내는 정신 나간 ‘규모(Scale)’를 Git이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달 만에 열두 배 폭증한 머지 지옥

숫자부터 마주해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Anthropic의 메인 저장소에는 2026년 5월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약 2,500건의 변경 사항이 메인 브랜치에 머지(Merge)되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넉 달 뒤인 9월에는 하루 머지 건수가 3만 건을 돌파했다.

네 달 만에 무려 12배 폭증. Claude Code 같은 AI 에이전트들이 밤낮없이 코드를 찍어내고 커밋을 날리는 속도가 사람 개발자의 타이핑 속도와는 단위 자체가 달라지면서, 버전 관리 시스템이 먼저 숨이 턱 막혀 비명을 지른 것이다(내 개인 레포는 하루에 커밋 하나 찍기도 버거운데 말이지).

CI(지속적 통합) 서버의 체크아웃 수치는 더 끔찍하다. CI 봇이 빌드와 테스트를 위해 코드를 땡겨가는 횟수가 하루에 약 2,500만 번에 달했다. 메인 브랜치의 누적 커밋 히스토리 용량만 100GB에 육박한다. 100GB짜리 거대한 역사를 하루에 2,500만 번씩 다운로드하고 체크아웃해야 하는 구조라면, 아무리 막강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퍼부어도 병목으로 터져나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Git이 못나서가 아니다. Git이 상정했던 “사람이 코딩하는 세상”의 전제가 완전히 끝장난 것이다.

20년 된 설계 철학의 어긋남

Git은 모든 팀원이 저장소의 전체 히스토리를 로컬에 온전히 복제(Clone)하고, 오프라인 비행기 안에서도 커밋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하지만 오늘날 앤트로픽 저장소를 드나드는 ‘사용자’의 절대다수는 사람이 아니라 24시간 클라우드 망에 물려있는 수천 대의 AI 에이전트와 CI 워커들이다. 이 녀석들에게 “오프라인 작업 지원” 따위는 전혀 쓸모없는 군더더기이며, 저장소 전체 히스토리를 매번 풀 클론 받는 것은 엄청난 대역폭 낭비이자 천문학적인 비용 지출일 뿐이다.

그래서 앤트로픽 엔지니어들은 Git을 버리고 자체 버전 관리 시스템 Scion을 직접 개발했다. 아키텍처의 차이를 한눈에 요약하면 이렇다:

[전통적인 Git]
전체 히스토리를 로컬에 복제 → 로컬에서 커밋 → push 명령어로 원격 동기화

[새로운 Scion]
소스코드는 원격 서버에만 상주 → 당장 필요한 파일만 땡겨옴 → 커밋도 서버에서 즉시 처리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push라는 개념 자체가 증발했다는 점이다. 로컬 복제본과 원격 저장소가 갈라지는 시점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둘 사이의 싱크를 맞추는 복잡한 동기화와 충돌 해결 절차가 원천적으로 사라졌다. 분산의 장점을 버린 게 아니라, 아무도 쓰지 않는 불필요한 분산 오버헤드를 회수해 온 셈이다.

7명의 엔지니어, 5개월의 개발, 200배의 효율

공개된 성적표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다:

  • 기존 Git 셋업 대비 디스크 점유율 200배 감소
  • CI 체크아웃 소요 시간: 수 분 단위에서 수 초 단위로 떡락
  • 투입된 인력: 단 7명의 엔지니어, 5개월 만에 완성

하지만 여기에 붙은 단서 조항을 눈여겨봐야 한다. 앤트로픽은 Scion이 일반에 판매할 상용 제품도 아니며, 대다수 일반 기업의 Git을 대체하기 위한 범용 도구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루에 수만 번씩 AI가 머지를 난사하는 극단적인 빅테크 연구소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스타트업이나 개발팀은 여전히 Git으로도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이런 솔직한 현실 인식이 오히려 더 큰 신뢰를 준다.

왜 여기에 주목해야 할까

AI 코딩 시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늘 프런티어 모델의 지능, 컨텍스트 창 크기, 토큰당 가격표에만 시선을 빼앗긴다. 하지만 실전에서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며 닳아 없어지는 것은 바로 우리의 낡은 개발 인프라(DevTools) 쪽이다.

머지 큐 대기열, 끝없이 늘어나는 체크아웃 시간, 감당 안 되는 저장소 용량… 사람의 손가락 속도에 맞춰져 있던 20년 전 도구들이 AI의 폭발적인 생산량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Git은 그 거대한 균열의 첫 번째 희생양일 뿐이다.

GitHub이나 GitLab 같은 호스팅 플랫폼들도 이 거대한 파도를 그냥 구경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발자 한 명당 하나의 로컬 클론을 유지하던 시대에서, 에이전트 한 마리가 수십 개의 백그라운드 잡으로 저장소를 긁어가는 시대로 넘어가면 결국 호스팅 아키텍처도 근본적인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앤트로픽은 그 미래의 압력을 자기네 메인 저장소로 가장 먼저 온몸으로 두들겨 맞고 길을 튼 셈이다.

정리

Scion은 극한의 환경을 위해 태어난 특수한 무기다. 당장 내일부터 내 깃허브 저장소를 버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이 가리키는 방향성은 소름 돋을 정도로 명확하다. 개발의 주체가 사람의 손가락에서 AI 에이전트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가 지난 20년간 불변의 진리라고 믿어왔던 개발 도구들의 밑바닥 전제가 하나씩 부서지고 있다.

내 프로젝트 저장소는 아직 Git으로 충분하다. 다만 그 ‘아직’이라는 단어의 유효기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카운트다운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